2024년 1월 1일부로, 대만철로관리국이라는 정부현업 체제로 유지되어온 대만 철도가 대만철도 고분유한공사(주식회사)라는 국유기업체 체제로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지보도에 따르면 2003년에 이미 방침결정 자체는 있었지만 사후처리 문제로 정부 재정에 부담이 꽤 있었기 때문인지 장기과제로 미루어지다가 결국 20년 만에 실행이 된 거라고 합니다.
일단 이 전환과정은 대개 나라에서의 철도 개혁과 비슷하게 사후처리가 이것저것 걸리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일단 대만철도가 가진 금융부채는 정부가 인수하여 장기간에 걸쳐 특별회계를 통해 상각 처리하고, 연금 채무 역시 정부가 가져가는 걸로 전환이 되는 걸로 보입니다. 다른 보도에서 총 부채규모가 약 4000억 대만달러, 약 17조 원 근처 쯤 된다고 하니, 현재 우리나라 철도공사의 채무액과 맞먹는, 상대적으로 노선망이 작은 대만철도에서는 꽤나 현저한 누적채무가 깔린 그런 모양새라 할겁니다. 직원도 공무원 제도 하에 운영되던 것을 기업채용 형태로 전환되는 게 5권분립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만의 행정제도에선 좀 이슈가 되는 모양이고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건 수익성과 안전이라 할겁니다. 일단 대만은 고속철도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해서 별도의 민자회사가 운영하는 일종의 경쟁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당연히 이게 제대로 경쟁이 유지가 될 수 있는 환경일리가 없으니 장거리객은 거의 고속철로 쓸려들어가버렸고, 상대적으로 노후하고 느린 장거리열차로는 영업이 쉽지 않은데다 화물쪽은 우리 이상으로 공동화가 진행된 모양이라 이른바 첩운화라 표현하는 구간차를 통한 근거리 영업에 진력해 오던 관행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영업이 되는 섬의 동쪽 방향 노선은 틸팅열차를 투입해서 최대한 증수를 노렸지만 일단은 수송량의 단위가 다르니 이걸로는 역부족인데다 잊을만 하면 대형사고를 쳐놔서 이미지가 많이 안좋고, 결과적으로 미뤄왔던 구조개혁이 급진전된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대책으로 운임인상이 단행이 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역세권 개발을 추진하는 모양입니다. 등급별로 운임인상 폭이 다른데, 일단 가장 하위등급인 구간차는 27%, 중간등급 장거리열차인 거광호는 15%, 가장 상위인 자강호는 11% 인상을 단행한다고 이야기가 됩니다. 구간차 요금이 상대적으로 꽤 낮은 편이었던 감이 있지만 꽤 화끈한 인상률이긴 한 듯 합니다. 이외에 이젠 재정전입이 아니라 보조금 제도로 전환이 되면서 PSO와 같은 재정보조금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쪽은 아직 명확하게 어떤 방식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 역세권 개발쪽은 35개 지역 정도가 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가 되는 모양이고, 이런저런 규제 완화를 통해 개발가능성이나 이익을 끌어올리는 조치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대만철도 자체도 비운수부문에 식음료, 여행, 부동산등이 들어가 있고, 이 비중이 거의 절반 정도까지 확장되어 있는 상황인지라 어느정도의 효과가 나올지는 두고봐야 할거긴 하지만, 결국 당장에 정부재정 투입을 회피하는 건 여기도 큰 차이는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좀 재미있는 건, 여기서 유럽에서는 거의 디폴트 옵션, 일본에서도 재정이 취약한 노선이나 제3섹터 회사를 정리할때 늘 나오는 상하분리라는 이야기가 보도에선 전혀 안보이는 점이라 할겁니다. 이미 어느정도 부동산 부문의 이익으로 굴러가던 대만철도라 그런지, 시설부문을 분리하는 것에 꽤 민감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상하분리가 단행되다 보면 토지관할이 쪼개지면서 통합 개발이 난감해지고, 이익 배분에서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보니 이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하분리 이야기를 회피하는게 아닌가 추정은 되는데… 이후 자산처리 문제관련해서 더 보도가 나와봐야 이것도 좀 알 수 있을거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대만철도가 고속철보다 지역근접성이 강하고 공공운수적 요소가 강한 편이긴 한데, 정작 현지 보도는 건조하게 흐르는 점은 아무래도 정부현업으로는 이젠 한계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수익성 자체는 비운수부문의 이익으로 운수부문 적자가 어느정도 벌충이 되어서 균형재정에 가깝게 운영은 되는 듯 싶기는 하지만, 코로나때 꽤나 화끈하게 대미지가 일단 생긴데다, 깔려있는 부채규모로 봐서는 사실 정부예산으로의 전입금 의존도가 제법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도 드는지라, 이번 개혁 자체도 결국 이걸 더 끌고가기 어렵다고 봐서 단행하는 그런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어찌되었든, 이래저래 문제는 있었어도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면서 돌아가고 있던 대만철도가 잘 되기를 빌어 봅니다.